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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 지상강좌 – 호스피스ㆍ완화의료에서 봉사자는 누구인가?(4)❚

2018-08-20 09:31:02, view [429]

<table border=0 cellspacing=0 cellpadding=0 width=100% style="table-layout:fixed;"><col width=100%></col><tr><td valign=top class=list_han> ❚호스피스 지상강좌 – 호스피스ㆍ완화의료에서 봉사자는 누구인가?(4)❚ 
 
호스피스ㆍ완화의료에서 봉사자가 섬기는 대상자는 누구일까요? 
 
김도봉 목사(효산의료재단 샘병원 전인치유교육원) 
 
 
* 가족과 함께 계단 오르고 내리기 
 
환자와 가족들은 중병이 발생하기 이전에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것이 인생의 목표와 가치이었지만, 호스피스 병동에서 봉사자들은 안전하게 내려오도록 현실을 수용하는 이야기 혹은 이미지로 동행하는 안내자입니다. 병상에서 만나는 환자와 가족은 다양한 사연이 있습니다. 부분을 듣고 전부를 아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환자와 가족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때로는 산만하고 같이 길을 잃습니다. 환자와 가족들의 나눔은 소중한 조각인데 그것을 퍼즐처럼 맞추어 갈 수 있는 도구가 있다면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다양한 단계이론(Stage Theories)이 있지만, 아브라함 매슬로의 욕구 단계(Maslow's hierarchy of needs) 이론이 적절하다고 추천합니다. 
 
대부분 환자와 가족이 병상에서 나누는 고백은 “평생 고생하다가 이제 누리며 살만한데⋯⋯.” 긴 병치레 하다가 이곳까지 이르렀다고 합니다. 생리적 욕구에서 안전의 욕구라는 계단을 오르려고 가족과 함께 누릴 행복을 차일피일 미루었던 후회입니다. 이때 봉사자들이 이야기 벗이 되어주며 과거를 정리하도록 돕는 과정입니다. 아쉬움을 공감하면서 과거에 최선을 다한 일은 격려하고 다음 단계에 애정과 존경의 계단을 디딜 수 있도록 상향동행과 하향동행이 다 필요합니다. 좋은 기억은 자주 떠올려 환자와 가족이 서로 “감사하다.” 표현하도록,후회되는 일이 있다면 설명하고 “미안하다.” 표현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 관계 확장을 위한 계단 오르고 내리기 
 
고마운 분들을 회상하거나 찾아오지 않아 섭섭한 생각이 드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표현하도록 돕는 일도 중요합니다. 오히려 과거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전문인 조력자들과 봉사자들과 관계를 확장하는 것도 환자와 가족에게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혹시 사회에서 명성이나 지위가 높이 올라간 환자와 가족은 하향동행에 서두르지 않고 머무르고 싶은 단계에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장단을 맞추는 거룩한 허비가 필요합니다. 향후 본인에게 바라는 긍정적인 면과 원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날 때, 환자가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이며 주변에서 어떻게 동행하기를 원하는가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 어려운 시간이 오면 소통은 없고 추측만 남게 됩니다. 이별하는 아쉬움과 안 가본 길을 가는 외로움과 두려움에 눌리지 않도록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환자를 오래 기억하고 다시 만날 수 있는 날을 기약하는 것은 사막에서 갈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판 역할입니다. 
 
* 현실수용을 위한 겹 날개 
 
매슬로의 계단을 응용하여 봉사자들이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간단한 도구를 제안한다면 과거를 정리하도록, 관계를 정리하도록, 현실을 수용하도록, 변화를 상상하도록, 소망을 공유하도록 주제를 제시하였습니다. 환자의 상태가 대화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 가족과 대화를 나누면서 환자가 생각한 것을 표현하는 대안을 추천합니다. 환자를 떠나 보낸 이후에도 일상으로 건강하게 돌아올 수 있는 이야기 구조이며 이야기 요법입니다. 현실을 수용하는 것이 중심축이 되어서 과거를 정리하고 관계를 정리하는 겹 날개와 변화를 상상하는 것과 소망을 공유하는 겹 날개를 균형 있게 사용할 수 있다면, 봉사자에게는 보람이며 가족에게는 안정감이 제공될 수 있습니다. 
 
어느 분의 시를 일부분 인용하여 글을 마무리합니다. 
 
 
오늘 나에게 주어진 삶조차 
남김없이 불사르며 다 살지 못한 것이 문제일 뿐 
병이 오면 병과 동행하며 충만하게 사는 길이 있고 
죽음이 오면 죽음을 반기며 그 품에 안겨 
새로운 여행을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면 
나에게는 삶도 죽음도 이미 충분하다 
삶을 살 줄 모르는 자는 죽을 줄도 모른다 
[박노해 님의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시집 312면] 
 
 
( ‘호스피스 · 완화의료에서 봉사자는 누구인가?’ 5회로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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